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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현대 자동차 ef 소나타(수동) 시승기

현대 ef 소나타.

 

울아부지가 14년 넘께 끌고 다니는 차다.

 

이차가 어떻네 저떻네 해도, 그래도 미운정도 정인지, 2001년 이맘때 신차를 구입하여 오늘도 그 차를 끌고 나가셨다. 수동 운전에 지친 내가 가끔 차 좀 바꾸자 하면, 아직 쓸만하다며, 나의 운전실력을 탓하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한때 도로위에 정말 쉽게 볼 수 있는차, 도로위에서 안볼 수야 안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흔하던 차였는데, 출시 16년 즈음인 지금은 꽤 희귀해져 버렸다. 중고차 값이 폐차 보상금 보다 안나오는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그 매물 많은 보배드림에서도 ef 소나타 매물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출시 1년 6개월 된 차를 시승하는건 꽤나 뒷북이지만, 출시 16년 즈음 된 차를 시승하는건 뭐랄까, 또 가치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ㅋㅋ (어찌되었건 출시 1년 6개월 된차 보다 더 타보기 어려운 차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

 

14년째 이차를 타고 다니면서도, 이상하게 찍어둔 사진은 없다. 보배 매물로 대체할련다. (어차피 생긴건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을거잖아 ㅋ)

 

 

 

 

▲외관은 꽤 아름답다. (나는 그렇다.) 특히 뒷모습은 14년동안 아버지차로 봐온 나도 질리지 않을 정도. 현대차에서 만든 (현대라는게 믿기지 않는) 저렇게 클래식의 멋이 흐르는 아름다운 뒤태는 ef 가 유일하다고 본다.

 

차량사진

 

▲ 특히 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특유의 실내색상은 차가 오래되 었어도 언제나 새차처럼 신선한 맛을 지니고 있다. 차 관리를 잘 안하는 편인데도, ef에 사람들을 태우면 실내가 '아직' ;; 깨끗하다는 말을 들 을 수 있다.

 

 그리고 놀라운점은 98년도에도 오토 공조 시스템(물론 옵션.) 과 EQ가능 CD 체인저 연결 카오디오가 있었다는 것. 음질도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지금의 아빠차는 저 카오디오가 살짝 맛탱이가 가서 영~)

 

차량사진

 

▲ 미쯔비시 시리우스 엔진이 채택되었던  EF 소나타. 당시 현대는 베타 엔진이라고 2000CC 엔진을 독자 개발한 바 있으나, 이 엔진은 투스카니 등에 쓰고, EF 소나타에는 미쓰비시의 시리우스 엔진을 얹었다. 400마력의 출력을 뿜어내는 미쓰비시 랜서 엔진과 쌍둥이 격인데, 실제 운전해보면 음...;

 

하긴, 소나타 2부터 내려오던 구닥다리 엔진인데 (쿨럭;) 뭔가 뛰어난 퍼포먼스를 바라는 것이 무리겠다. 그래도 2천 RPM 근처에서  부터 들려오는 히이잉 하는 말 울음 소리 같은 (누군가는 모기 소리라고도 한다. ) 엔진음은 분명 매력적이다. nvh영역으로는 꽝이지만, FUN 드라이빙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주행감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차를 몰때마다 아버지가 차를 빨리 바꿨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정도. 일단 아버지차는 수동이다. 수동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내게 이 차는 나쁜 점수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혹자는 '남자는 수동 이라던가, 운전의 재미를 따진다면 수동' 이라고 하나, 그 자들에게 울아부지 차를 몰고 정체되는 시내를 30분만 운전해보라고 하고 싶다.

 

운전학원의 절대 안꺼지는 요술의 (실은 아이들링 RPM을 올려놓은 요술 아닌 요술)  포터 수동으로 이차를 짐작해서는 안된다.

 

뭐랄까, 쓸데없이 다루기 힘든, 야생마 혹은 랜서 같은 느낌을 내고자 한건지, 이 차를 출발 시키려면 후까시 (표준말로 공회전이라고 하더군) 가 허세가 아닌 필수다.  초보인 나는  오르막에서 신호대기시 뒷차가 바짝 붙어 있다면 같이 신호대기를 받던 모든 차량들이 나를 볼만큼 후까시를 쏘면서 출발 할 수 밖에 없다. 출발이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그렇다고 출력이 시원 시원하게 잘 나가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가득 태웠다면, 오르막 가속에서 풀악셀은 필수적이다. 풀악셀을 때려야 겨우 다른차를 쫒아갈 정도.  밖에서 보기에 나는 초보 주제에 후까시를 잔뜩 쏘면서 출발하고, RPM을 3천 쯔음에서 변속시키는, 그런 허세끼 가득한 운전자 처럼 보이겠지만, 운전하는 나는 답답할 뿐이다. (옆에 아버지가 타고 있지 않다면 RPM을 5천까지 올릴지도 모르겠다. )

 

음....

 

지나치게 이 차를 저 평가하는 것 같아 장점을 적어보자면, 요즘은 모닝에나 쓰일 14인치의 작디 작은 휠 사이즈를 쓰는 덕에, 노면 소음과 진동이 매우 적다. 이차를 타다보니 그랜저 HG 같은 18인치 휠을 단 차를 타보면, 노면 소음과 진동에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음... 그렇다. 사실 이 차가 잘못한게 아니라, 내가 잘못 운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차는 진짜 패밀리 세단이다. 패밀리 세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거다. 풀악셀을 밟아도 가족들은 편안하게 일상적인 대화가 가능하며, 물침대 같은 써스펜션 세팅과 14인치 휠타이어의 조화는 어떤 노면에서도 가족들을 잠들게 할 수 있다.

 

대신, 조금이라도 속도에 욕심을 내기 시작한다면 일단 고속영역까지 차를 치고 올리는데 상당히 인내심의 한계를 느껴야 할 것이고,  고속 영역에서는 작은 돌맹이 하나도 차량의 써스펜션은 무슨 커다란 바위라도 밟은냥 요랸을 떤다. 이 차로 노면이 안좋고 커브가 않은 도로를 빠른 속도로 달리려고 시도한다면, 그것만큼 위험한 운전을 없을거다. 차량이 비행기를 꿈꾸기라도 한 것처럼, 하늘을 향해 이륙을 시도한다.

 

 에어로 다운포스 설계가 안되서 인지, 써스펜션의 문제인지,  120 이상만 되어도 일단 뒷 부분의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차는 가족이 없을때 몰래 과속하지 말라고 특수 설계라도 해놓은 듯 하다.

 

 

내구성

 

못달려도 괜찮으니, 고장이라도 좀 안나면 좋으련만 차가 퍼져서 애니카 아저씨들의 도움을 받은게 몇번인지 기억도 안날 정도이다. 오일을 갈려고 정비소에 들릴때면 항상 다른 부분도 같이 수리를 해야된다.  정차중 차량 떨림, 5단 변속시 잡소리 등은 애교로 봐주면서, 일단 굴러가는 것에 감사를 해야할 내구성이다.  지금은 차체 여기저기에 녹이 피어오르고 심지어 하체에 녹이 피어올라 정비소에서는 조심스럽게 페차를 권할 지경이기도 하다.

 

 

총평

 

아버지가 빨리 차를 바꿨으면 좋겠다. 혹은, 내게 갑자기 아버지 차를 바꿔드릴 돈이 생긴다면, 기꺼이 아버지 차를 바꿔 드리리라.